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분류없음 2023/07/11 21:36
왜 일까, 한 동안 돌아가는 그 녀석의 뒷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각들이 몰려왔다. 아마 WJ 오빠의 현 상황도 한 몫 했을 수 있다.

정리가 필요했다. 몰려오는 상실감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서둘러 운전을 시작하여 퇴근을 했고, 백팩에 맥북을 넣고 다시 집을 나섰다. 높은 층고, 밝은 조명, 적당한 백색 잡음이 존재하며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채워진 공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집 후문에서 아주 우연히 박사과정 시절 알고 지내던 동생 JW 를 만났다.

반가웠다. 아니 반가웠으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다. 지금은 우리가 만나야 하는 타이밍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가볍게 인사만 하고 말 수는 없는 사이였기에 먼저 커피 한 잔을 나누자고 제안하였고, 동네 커피가게로 자리를 옮겼다.

2년 혹은 3년 만인 듯 하다. JW 가 세종대학교로 나를 찾아왔었고, 대양AI센터에서 만나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때 부터, 우리의 만남이 마냥 유쾌하지 않기 시작했다. 아마 서로의 업무 영역이 너무 다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회적 지위가 달라지면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달라져 버렸기 때문이라 생각되었다. 더욱이 우리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 달라 일상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같이 할 수록 대화가 매우 피상적으로 흘러 갔었다.

오늘도 우리의 대화 시간은 (최소한 나에게는) 마냥 편한 시간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과연 계속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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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를 뒤돌아 보는 것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정리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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