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삼성직원 직장 바꿔 일해보니…

Interest/Technic Magazine 2005/03/12 15:20
[삼성전자가 본 공무원] "인정있지만 느슨하더라"
공무원과 삼성직원 직장 바꿔 일해보니…

[조선일보 홍원상 기자]

국가경쟁력 35위인 한국(2004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발표)의 공직사회와 세계 10대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2004년 순이익 기준)의 직장 문화는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민간근무 휴직제’와 자체 교환근무 협약을 통해 삼성전자를 체험한 공무원 3명과 H시청에 근무 중인 삼성전자 직원 1명, 모두 4명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교환근무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이들이 벌인 ‘난상토론’ 내용을 정리해 양측의 장단점을 비교해 본다.

환경부 김진식(34·자원재활용과) 사무관과 H시(市)시 김순희(여·37·총무과) 주사는 각각 삼성전자 환경안전팀과 홍보그룹에서 2개월째 근무 중이며 환경부 이율범(36·아태환경과개발장관회의기획단) 사무관은 올해 초까지 삼성전자에서 2년 동안 일했다. 반면 삼성전자 이효의(36·환경안전팀) 대리는 지난 1월부터 H시 환경정책과에서 일하고 있다.


1.삼성전자 직원이 경험한 공무원

◆ 정감 있는 분위기… ‘칼퇴근’ 옛말

오전 8시30분 H시청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반갑게 인사하거나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사적인 대화도 스스럼없다. 삼성전자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정감 있는 모습이다.

실제 공무원의 생활은 고정관념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공무원들의 ‘칼퇴근’도 옛 이야기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오후 8시를 넘기기 일쑤다. 업무 결재 단계도 상당히 짧아졌다. 예전에는 국장·과장급까지 올라갔던 것이 요즘은 계장급에서 마무리된다. 구두 결재가 업무 처리에서 50%까지 늘었다.

기업에 있을 때 단속을 받다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민간 기업을 단속하는 위치가 됐다. 그러나 민원인과 해당 업체 간에 엇갈린 입장을 조정하느라 곤혹스러울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쪽에선 “공무원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핀잔을 주고, 다른 한쪽에선 “어떻게 법률에 100% 맞출 수 있느냐”고 거칠게 항의한다. 2개월여 동안 일하면서 “고맙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한 달 전쯤 난감한 민원이 들어왔다. 지역 주민들이 “절에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시청에 항의한 것. 결국 주지스님이 절에 설치돼 있는 확성기를 철거하고 목탁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주민들의 요구사항도 갈수록 복잡해지는 것 같다.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고서 주위 사람들에게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민원인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얼굴 표정도 자연스레 좋아지는 모양이다.

◆ 업무 열의 부족… 책임 서로 미뤄

근무시간에는 담당 업무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다. 갖은 사연을 갖고 시청을 찾은 민원인들을 마냥 기다리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민원을 해결한 뒤에야 현장 지도·점검 등 자기 업무가 가능하다. 업무 특성상 관련 기관과 협의하는 일도 많아 일처리가 늦어질 때도 비일비재하다.

자기 업무에 대한 공무원들의 애착과 열의는 민간 기업 직원들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잦은 순환 근무 탓에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도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다. 민원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처리할지를 놓고 부서 간에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민간 기업에선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홍원상기자)

◆ 전자결재 활성화… 인재개발 중시

2.공무원이 경험한 삼성전자

오전 7시30분 사무실에 들어서자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50분부터는 사내 자체 제작된 방송으로 하루 소식을 전한다. 오전 9시까지 출근하는 공무원 사회보다 좀 더 활기차 보였다.

사무실 안에 캐비닛이 전혀 없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직원들은 “전자결재를 실시하면서 종이문서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청 사무실 벽에 캐비닛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사적인 전화를 거의 하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업무방식에서 공무원 사회와 큰 차이가 있었다. 삼성전자에선 효율성이 높다고 평가되면, 윗사람부터 “이건 꼭 해야 한다”며 밀어붙인다. 일 욕심이 대단해 직원들이 직접 일을 찾아 나선다. 새 사업을 제안하면, 회사는 업무의 중요성과 우선 순위에 따라 전담팀을 구성하고 인원과 예산을 팍팍 지원해 준다. 직원들의 권한도 상당히 많이 위임돼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새 정책을 추진할 때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한다. 감사원·국회 등으로부터의 감사를 걱정해 “일을 많이 하면 깨진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새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족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한다.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일은 일용직을 뽑아서 해결한다. 반면 직원은 실제 핵심적인 업무만 하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효율성이다. 관료들은 ‘평균적 수준’을 보고 결정하는데, 경영진은 ‘최상의 결과’를 보고 추진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공무원들은 목표뿐 아니라 과정도 중시한다. 그러나 기업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과정보다는 목표에 더 중심을 두었다.

전자결재는 매우 활성화돼 있었다. 온라인상에서 보고서를 올리면 최고경영진이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 뒤 결재하는 것을 보고 또 한번 깜짝 놀랐다. 정부에서도 전자결재를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윗분들을 위해 종이 한 장으로 정리된 보고서를 갖고 직접 설명하는 모습과는 큰 차이를 느낀다.

직원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업무와 직접 관련된 내용만 교육하는 공무원 사회와는 차별화돼 있었다. 조직·개인·자기시간 관리에서 재테크 방법까지 가르치는 게 삼성전자의 특징이다. 뿐만 아니다. 회사는 직원들의 가족까지 챙겨준다. 예를 들어, 봄·가을 사업장별로 축제를 열어 인기가수 초청에 식사·선물까지 제공한다. ‘인재의 경쟁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최고경영진이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 경직된 분위기에 업무량 부담

직원들이 자기업무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회사 분위기는 경직되고 살벌했다.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직원끼리 만나도 인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모두가 경쟁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듯했다.

몇 달 전에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았다. 액수는 생각보다 꽤 커 보였다. 하지만 월급을 많이 주는 만큼 회사도 직원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일을 시키고 있었다. 업무량 등을 볼 때 솔직히 ‘나 같으면, 과연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부담스런 수준이었다.

직원들의 고용이 불안하다는 점에선 공무원 생활이 더 든든해 보였다. 직원들은 45세 이후에 90%가 회사를 떠나는 현실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술자리 횟수는 공무원 때보다 조금 적은 듯했다. 대신, 부장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면 개인적인 이유로 빠지기 힘든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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