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플린 KAIST총장 한국교육에 쓴소리

Interest/Technic Magazine 2005/01/25 22:21
러플린 KAIST총장 한국교육에 쓴소리
"입시에 힘 빠진 한국학생들 '킬러 본능'이 없다"



“한국 학생들의 문제점은 ‘잔혹할 정도로 공격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과학의 세계에서는 거칠게 뒹구는 근성이 필요하다.”

14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러플린(55) 총장은 지난 12일 오후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학생과 교육 시스템에 대한 고언(苦言)을 쏟아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국내에선 ‘과학계의 히딩크’로 불리는 그는 한국 사회의 경쟁기피 풍토와 ‘타고난 공격성’(killer instinct)의 부족 등을 언급하며
한국 고등교육에 대한 견해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삼성이 좋은 기업인 건 친절해서가 아니라 싸워 이길 줄 알기 때문

―한국 학생들은 중등교육 단계까지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지만, 고등교육 단계에 이르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미국의 경우 학습능력의 도약(learning jump)이 늦게 발휘되지만, 한국처럼 대입 경쟁이 치열한 곳은 대학 입학 전에 모든 연료(fuel)를 소진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징은 한국 학생들이 ‘잔혹할 정도로 공격적(obnoxiously aggressive)’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의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을 패배자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의 세계에서는 거칠게 뒹구는 근성이 필요하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잔혹할 정도의 공격성을 사랑한다. 그래서 결과도 좋다. 한국 학생들 가운데도 그처럼 공격적인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한국 사회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외국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사회에서는 돈과 연구의 상업적 효과를 논하는 것이 일종의 금기처럼 돼 있다. 학교의 재정 혹은 돈 문제에 대해 더 강박적으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앞서 말한 공격성을 길러야 한다. 한국에도 좋은 모델이 있다. 바로 삼성이다.
삼성이 좋은 기업인 것은 친절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싸울 줄 알고 이길 줄 알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그런 면에서 너무 공손하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그렇지 않다. 중국사람들은 경쟁하며, 그곳에서 살아남는 것에 대해 한국사람들보다 훨씬 능숙하다.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과에서 연구팀을 꾸릴 때 한국 학생보다 중국 학생을 선호한다. 한국 학생들의 실력이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라 도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돈 버는 상업적 연구 한국은 꺼리는 분위기… 이제는 바꾸고 싶다


―한국 내 사교육 열풍을 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미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내 아들에게 과외를 시키진 않았다. 그 결과 대학입시에 어려움을 겪었다.
과외는 끔찍한 일이지만 현재로써는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들에게 과외를 시키지 않은 내 결정이 장기적으로는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 중·고교 시절의 너무 치열한 경쟁은 이후 ‘소진효과’(burnout problem)를 일으키게 마련이고, 최악의 경우 아이들이 취업할 시기까지 그 같은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


―한국 대학 제도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카이스트의 인적자원은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카이스트가 메사츄세츠공대(MIT)와 겨루지 못하는 것은 재정적 취약함 때문이다.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규정은 연구진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독려하지 않는다. 거칠게 말하자면, 나는 카이스트 연구진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윤리’를 바꾸고 싶다. 개인적인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면 연구결과가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MIT나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진은 교수능력뿐 아니라 연구작업의 상업적 파급효과(commercial spin-off)도 뛰어나다.”



★ 러플린 '카이스트를 사립大로 변신' 구상… 校內 논란

러플린 총장은 지난해 12월 14일 ‘2004 KAIST 비전 워크숍’에서 학교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등록금 인상 ▲입학정원 확대(현재 7000명에서 2만명 수준) ▲의대와 법대 신설 등을 통해 재정 자립화를 이루고 시장(market)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러플린 구상’을 밝혔다. 한마디로 KAIST를 ‘사립대 성격의 학부 중심 종합대학’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구상은 학내에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애써 구축한 ‘대학원과 연구 중심 이공계 국립대학’이라는 KAIST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라는 등 비판이 거셌다.
평교수 21명은 지난해 12월 말 ‘KAIST 비전 임시위원회’(위원장 최병규 산업공학과 교수)를 발족, 총장 구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또 학부 및 대학원 총학생회도 오는 17일 오후 8시 총장 구상에 대해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카이스트

카이스트 폭풍에 휘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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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쥔장 2005/01/25 22:22 PERMALINKMODIFY/DELETE REPLY

    다 좋은지적이었으니, 카이스트를 종합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조금 한국적 풍토를 모르고 하는 말인듯 하다... 자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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