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구인력 외국에 비해 턱없이 적어

Interest/Scrap 2005/08/13 23:40
-나탈리아 데니센코 KIST 방문연구원

나탈리아 데니센코(41, Natalia Denisenko)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방문연구원은 러시아(구 소련)에서 시작해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20년 간 연구 활동을 해온 신경과학 분야의 주목받는 인물 중의 하나다.

모스크바에서는 연방 차원의 암 연구에 참여한 바 있으며, 미국 록펠러 대학에서는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노래하는 새의 뇌 안에서 비타민 A가 생성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미국 CNRS(National Centre for Scientific Research)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9개월 전부터 한국 KIST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현재 새로 신설될 KIST 신경과학센터 창설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데니센코 박사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은 “여성 과학자들의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박사는 “미국의 경우 연구인력의 20~30%가 여성 인력이고,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30~40%가 여성 인력으로 추산된다”며 “한국에서 여성 연구인력의 비율이 크게 낮은 데 대해 크게 의아심을 나타냈다.

데니센코 박사는 한국 여성 과학기술자들이 세계에서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한국 여성 과학기술자들은 다른 나라 여성 과학자들과 대등하게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국 내에서의 활동은 크게 위축돼 있는 것 같다”는 것.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연구 활동에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 육아 문제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가정 보살피기에 전념하다가 결국 과학기술자로서의 능력을 사장시키게 된다”는 것이 박사의 설명이다.

때문에 과학기술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는 여성 과학자들의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연구소 등이 나서서 여성 과학자들에게 과감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과학기술국가인 미국과 비교해 훨씬 많은 육아휴가 기간을 허용하고, 급료에 있어서도 최대한의 혜택을 주고 있다”며 “한국 과학기술계 역시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여성 과학자들의 비율이 낮은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여성들의 전공이 의학, 약학, 생명과학 등 특정 분야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데니센코 박사는 “여성들이 기초과학 중심의 특정 연구 분야에 집중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외국에서는 남성 영역과 여성 영역의 경계선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여성들이 자신감을 갖고 과학기술 어떤 분야라도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시센코 박사는 “여성 과학자들에게는 남성들이 갖고 있지 않은 특별한 능력이 잠재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능력을 최대한 살렸을 때 과학기술 전체에 큰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한국 과학기술계 전체가 공감대를 형성해 여성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사는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은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초과학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과거 여러 나라에서의 연구 경험에 비추어 “한국이 진정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원한다면, 그래서 결실을 거두기를 원한다면 현재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초과학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사는 “황 박사의 연구 성과는 놀라운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한국적인 상황에서 법이나 제도 등 줄기세포 연구를 수용해낼 수 있는 인프라가 사회적으로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것 같다”며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인프라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2005.07.04
과학기술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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