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어느 재벌의 2세 교육 경험담

Project 2005/06/22 18:03
어느 재벌의 2세 교육 경험담
그 사람은 조단위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오너 가운데 한명입니다.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 50위권 안쪽에 있는 기업입니다.

지금부터 말씀 드릴 이야기는 한 아버지가 자식을 키우면서 마음 고생을 한 이야기입니다. 누군지 밝히지 않았으면 좋다고 말했기 때문에 어느 분이란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자식에게 특별한 특별활동을 시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남들처럼 악기 하나, 운동 한가지 정도를 배우도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들과 여행을 자주 다녔다고 합니다. 주말이면 차를 타고 전국을 돌았고 아이들도 좋아했습니다. 어느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거북이를 잡은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아마 누가 기르던 것이 도망친 것, 아니면 종교 행사에서 방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신기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별히 뭘 시키지 않아도 아이는 학교에서 상당히 우수한 성적을 냈습니다. 아버지는 아이가 자기 성적을 이야기할 때 보통 국어 하나 틀렸다, 영어 2개 틀렸다, 사회 다 맞았다 이런 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 나라 아버지들 대부분이 아이들 성적에 대한 처음에는 대범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난꾸러기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예전에 대충 이런 내용을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하는 광고 카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어머니들은 아이들 교육에 대해 좀 더 열성적입니다. 피아노라도 배우게 하자, 돈이 좀 있는 집이라면 조기 유학을 보내자, 주로 어머니들이 이런 말을 하죠. 그 집도 비슷했다고 합니다. 아이가 중학교에 갈 때까지 아버지는 어머니 말을 무시했습니다. 아이는 한국에서 공부해야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모두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문제다.

그리고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합니다. 시험을 봤습니다. 또 아이가 자기 성적을 말합니다. “국어 하나, 영어 하나, 수학은 2개” 그런데 마지막 음악 성적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는 거의 기절합니다. 전교생이 이백육십여명인데 이백육십 몇등을 한 것입니다. 꼴찌는 아니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뒤에 2명인가 있었다고 합니다.

알아보니 음악 실기 시험에서 2점인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만점은 십단위로 올라갑니다. 아이가 다닌 학교는 강남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 있습니다. 그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았다고 하네요. 아이는 음악 시험 시간에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이야기하는데 아예 외면을 해 버렸다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겠고 남들처럼 능숙하게 다루는 악기는 없어 실기 시험은 힘들고...

그는 이야기를 듣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우리 나라 아버지들 대부분 말은 대범하게 공부가 뭐가 중요하냐, 아이들이 알아서 한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면 그만이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점수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순간 소심해지죠. 게다가 한 과목이 전교 거의 꼴등인데다가, 지금부터 아무리 열심히해도 단시간 내에 따라갈 방법은 없어 보이죠. 또 요즘은 내신성적이 비중이 커서 회복하기 힘들다는 설명을 들으면 생각이 확 달라집니다.

그놈의 음악 실기 시험 때문에 그는 아내의 주장에 지고 말았습니다. 아이를 조기 유학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하기 힘든 일을 아이를 위해 합니다. 한달간 온 가족이 함께 미국 대륙을 남에서 북으로, 다시 동에서 서로 가로질렀다고 합니다. 가족 여행의 목적은 미국 내 유명 기숙 사립학교 입학 시험입니다. 아이를 위한 마지막 그리고 최고의 노력봉사였다는 설명입니다. 몇가지가 필요했을 겁니다. 엄청난 재산과 아이에 대한 애정과 결단력.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일에서 손을 놓고 한달간 온 가족이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보통은 학교측에서 아이의 입학자격을 테스트하지만 이 가족은 오히려 학교가 아이에게 맞을까를 물어보면서 학교 관계자들 기를 죽였습니다. 다음은 옆 주에 있는 무슨 학교에 가야 한다. 일정에 맞출 수 있도록 선처 부탁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겠죠. 결국 아이는 한 명문 사립 학교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지금 약 1년이 흘렀다고 합니다.

성적은 어떨까요?

“우리 아이가 음악에서 A를 맞았어요. 우리 아이는 음악에 소질이 있었던 겁니다.” 약간 한이 맺힌 듯한 그리고 통쾌하게 그 복수를 한 듯한 분위기입니다. 그 사람에게 다른 점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선 절대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학교에서 아이는 드럼을 처음 배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초를 가르친 다음 선생이 직접 음악을 만들어보라고 했다더군요. 아이는 나름대로 곡을 만들었고 선생님은 훌륭하다, 소질이 있다며 A를 줬습니다.

다른 과목 성적은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한국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받지는 못했겠죠. 그래도 아버지는 기뻐합니다. 지금 성적이 나빠도 아이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아버지와 아이는 그동안 이메일을 170번 이상 주고 받았다고 합니다. 방학때는 집에 돌아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일은 아니더라도 이틀에 한번은 이메일을 주고 받은 것입니다. 연애편지 쓰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혼자 외국에 있어도 아버지가 이렇게 신경을 쓰면 비뚫어질 가능성은 그다지 없어 보입니다.

아이가 있는 미국 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아주 유명한 명문대에 합격한 졸업을 불과 며칠 앞 둔 학생이 수업시간에 지각을 했다고 합니다. 학교 사감이 기숙사 그 학생 방을 여니 술병과 학생이 같이 굴러다니고 학생은 자고 있었습니다. 학교측이 발견한 시간은 10시쯤 회의를 열어 처벌 수준을 정하고 학생에게 퇴학 통고를 한 시간이 2시라고 합니다.

아들은 출장 기간에 학교에 들린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하며 미국 사람들은 정말 무섭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학교 선생님들과 식사를 하며 당신들의 원칙을 지키는 자세가 너무 좋다. 교칙을 어겨 퇴학 당한 학생 이야기를 듣고 우리 아들을 이 학교에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입니다. 한국은 입시가 너무 어렵다. 난 지금도 대학입학 시험을 보는 꿈을 꾼다. 친구가 꿈에 나타나 내일 예비고사인데 너 공부 안하고 어디가냐고 나무란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원칙을 어기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학생에게도 숨 쉴 공간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교사들은 당신 말도 일리가 있다 다시 한번 회의를 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여간 그 술 먹고 수업에 빠진 학생은 졸업식장엔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엔 진학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그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는 “내가 그 학교에서 좀 말발이 선다”고 합니다. 돈도 냅니다. 그런데 기부금 규모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한번에 1000~2000달러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은 학교 행사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가끔 그 학교에서 전세계를 돌며 학교 설명회를 합니다. 한국에도 오는데 그때 공항에 내릴 때부터 에스코트를 해 준다고 하네요. 학교 행사에 적극적인 학부모. 게다가 돈도 많고...

한국 서울 강남에서 아이를 남들만큼 가르치려면 한달에 얼마가 들까요? 들은 이야기로는 미국 유학 보내는 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을 듯합니다. 그는 한국 교육은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을 맺었습니다.

저도 아이가 있습니다. 절대 과외학습이나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예체능 교육은 시키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6살, 5살인 우리 아이는 한글을 쓸 줄 모릅니다. 큰 아이는 아직 10까지 세지도 못합니다. 5살 여자 아이는 자기 오빠보다 좀 빨라서 10까지 세더군요.

저도 학교 들어갈 때까지 한글 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6살이면 늦었다고 말하더군요. 공부 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대기업 오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좀 걱정이 되더군요.

남들은 다 피아노를 치거나 바이올린 활을 당기면서 우아하게 음악 실기 시험을 보는데 우리 아이만 바이올린인지 첼론지 실제로 보긴 이번이 처음이네, 이러면서 반 아니 전교에서 꼴찌를 해도 시쳇말로 ‘그까이거’ 괞찬아, 할 수 있을까? 재벌도 아니니 정 안되면 확 판 엎고 외국으로 보낼 돈도 없고. 도대체 학교에서 왜 가르치지도 않은 악기를 가지고 시험을 볼까요?

또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특별활동은 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나름의 소신도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농담 삼아 아이를 낳으면 청학동에 보냈다가 나중에 소림사에 유학을 보내겠다고 말하곤 했는데 정말 그렇게라도 해야할까요? 그나마 딸은 소림사에서 받아주지도 않을 것이니 어찌해야 합니까? 이런 식의 교육과 시험 제도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긴 있나요? 하기야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그런 제도가 만들어졌겠죠.
top

Trackback Address :: http://unizard.cafe24.com/tt/trackback/71

  1. 유경이 2005/06/22 18:04 PERMALINKMODIFY/DELETE REPLY

    나의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기인듯 하다.. 간간히 수현언니와 이런 대화를 나누기는 하지만;;; 나도 재벌1세가 아닌이상... 나의 교육방법이 잘못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