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주의 돌파를 위한 강릉대의 실험

Interest/Scrap 2006/08/25 10:32
학벌주의 돌파를 위한 강릉대의 실험
사설

졸업생을 미국 명문대 대학원에 보내 국내 유수 기업에 취업시킨 강릉대 전자공학과 사례는 우리 교육과 한국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학과 교수들은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 학생들의 실력을 키워놔도 국내 대기업에 들어가는 수는 5년에 1~2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우회로가 미국의 명문 대학원에 보내 학벌을 ‘세탁’하는 것이었다. 효과는 대단해 외국 학위를 받아온 학생들은 100% 원하는 대기업에 들어갔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주의가 얼마나 완강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강릉대 전자공학과 교수들의 노력은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강릉대 학생들의 입학성적은 전국 대학에서 하위권에 든다. 입학생들은 대부분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방 출신이다. 그런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토익성적을 평균 800~850까지 올려놓고 정원 80명 가운데 14명을 미국 유수의 대학원에 진학시켰다. 교수들이 교육에 헌신할 경우, 학생들의 능력을 얼마든지 키워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반영물인 고교 성적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다시피 한 대학 순위에 따른 학생 평가가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의 가능성을 짓밟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학 왕보현 교수는 “어려운 여건 때문에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했던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미국내 30위권 안에 드는 대학에서 전과목 A학점을 받았다”는 사례를 들며 이것은 예외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대학을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 대학으로 기능을 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연구 여건과 능력이 되는 대학은 연구중심 대학으로 학문의 수준을 높여가고, 나머지 대학들은 자체의 강점을 특성화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함으로써 그들의 가능성을 최대한 계발해야 한다. 포항의 한동대학이나 진주의 경상대학 사례는 그런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아울러 대학들의 이런 노력이 정착할 수 있도록 기업도 채용 관행을 학벌 위주에서 능력 위주로 분명하게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학생들이 구태여 유학이란 우회로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한국 사회의 병리현상의 하나인 학벌주의도 깨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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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쥔장 2006/08/25 16:34 PERMALINKMODIFY/DELETE REPLY

    4.5 만점에 4.5를 받고도 포항공대 특차에 떨어진 강릉대 학생이 생각나는 기사구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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